나야. 나한테 편지를 써 보는 건 처음인 것 같구나. 너는 지금 상황이 힘든 게 맞아.
작업 결과물을 내야 할 데드라인은 임박했는데 아직 좀 갈길이 멀어보이고, 그리고 최근에는 아주 힘든 일도 겪었지.
그 힘든 일이 너의 현재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서 더 충격적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잠이 오지 않는 것. 약이 좀 부작용이 있는 것 같은 것, 몸이 가라 앉거나 질병이 생기는 것.
초초하거나 불안한 것. 모두 당연한 일이야.
본인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응당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초초한 걸 너무 초초해 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뭔소리고
너를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생각해. 위에서. 내가 이런 일을 겪으면 이정도로 대응하는구나, 이 정도로 대처하는구나, 하고 지켜봐.
자꾸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거야.
지금와서 포기해도 멘탈이 부셔질 것 같고, 계속 버텨도 멘탈이 부셔질 것 같은 기분.
지금 너무 바트게 생각하지 마. 지금 아주 아주 힘든 약 20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모든 불행이 겹쳐진, 그야말로 영혼의 어두운 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패배가 일어나는 곳.
그리고 그건 2막 끝지점이지. 영화가 거의 다 왔다는 거야.
내 인생의 3막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정말 니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듯이 팔짱을 끼고 지켜봐.
그리고 부디 맘편하게 생각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죄책감을 주지 마. 특히 부산에 함께 했던 그 친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거야.
그리고 생각해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힘들어 하는 너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약빨인 것 같지 않니?
심리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서 더 그럴 수 있어. 병원에 빨리 가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오늘 필라가 끝나고 가보는 것 어떨까 싶어. 말이라도 해보던가, 아니면 전화라도 하는 방법이 있겠지?
힘든걸 멀리서, 멀리서 지켜봐. 너무 이입하지 마. 필드워크를 한다고,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지켜봐.
그때는 게임을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글을 쓰는 구나.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
오늘 하루를 바쁘게 살면, 아마 잠도 잘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데드라인이 오늘인 샘이니까. 어떻게든 결론이 날 거고.
나는 나 스스로를 믿어.
지금 시간은 8시 10분이고, 아마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니면 아직 정점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10시 필라에 가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 같아.
그럼, 무운을 빌어.
나에게, 어쨌든 누구보다 너를 신경쓰고 살피고 돌보는 내가.
애틋한 마음을 담아. 그래 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애. 나는 나를 사랑한다.
방탄소년단의 프로파간다를 믿어. 10대 정서이긴 하지만, 너한테도 필요한 말들이라 생각해.
자주 생각하자 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애. 나는 나를 사랑한다.